GOURMET /
Sep 11, 2017

<로망 키친>
오래 길들인 부엌

'오래 쓰는 첫 살림'의 저자 이영지는 이상적인 부엌을 갖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로망 키친>
오래 길들인 부엌

“첫 번째 부엌은 실패였어요. 유행하는 가구와 아이템을 모으다 보니 모두 제각각이었고, 급히 산 조명은 테이블과의 길이도 애매했죠. 그런 실패를 통해서 배운 게 있어요. 무작정 공간을 채우기 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알아내는 게 더 중요하단 걸 말예요.” 

프라이빗 와인 클래스 ‘소셜 와인 클럽’의 운영자이자 최근 '오래 쓰는 첫 살림' 이란 책을 출간한 이영지(@wickedwifesee)는 지금의 부엌을 완성하기까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유행하는 것을 따라갔던 게 원인이었다.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았고,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무국적인 것’이었다. “무국적인 것, 그러니까 특정 나라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보다 어떤 것이든 잘 어울릴 수 있는 심플한 바탕이 좋아요. 어떤 물건을 두느냐에 따라 아프리카 스타일이 되기도 하고, 어떨 땐 일본 스타일 같기도 하고요.”  

그녀는 여기에 이상적인 부엌의 조건을 한 가지 덧붙였다. “내가 좋아하는 부엌 물건들이 나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야 말로 가장 건강한 부엌이 아닌가 싶어요. 단지 보여지는 부엌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이 편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만의 부엌을 가진 지 4년 여. 그동안 그녀의 부엌은 동선과 수납 위치가 여러 번 바뀌었고, 결국 지금에 이르렀다. “내가 자주 쓰는 물건과 내게 가장 편한 동선을 찾는 일은 오랫동안 부엌에 머물면서 천천히 알아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 내 몸에 꼭 맞고, 가장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엌은 그렇게 천천히 완성되는 법이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 끝에 물건들이 적재적소에 자리를 잡게 되고, 부엌의 구조가 몸에 꼭 맞는 옷처럼 편안해 질 때, 그때야 비로소 진짜 나를 위한, 내내 꿈꾸던 ‘로망 키친’이 완성되는 것이다. 

아일랜드 테이블과 원형 테이블

이케아 스텔스토르프 식탁(@ikeakr), 프리츠 한센 테이블(@fritzhansenstore_gangnam)
이케아 스텔스토르프 식탁(@ikeakr), 프리츠 한센 테이블(@fritzhansenstore_gangnam)

이영지가 부엌에서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은 아일랜드 테이블이다. 테이블에 앉아 가계부도 쓰고 레시피를 정리한다. 와인 수업도 아일랜드 테이블에서 한다. 상판은 나무, 하부는 스틸로 되어 있는 바 스타일의 아일랜드 테이블은 한쪽 면에는 수납 공간으로 되어 있어 실용성이 좋다. 거실에 자리한 프리츠 한센 테이블에서도 와인과 식사를 즐기는데, 그녀는 함께 하는 사람과 비스듬하게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이어서 더 좋다고 말한다. 마주보는 앉는 것보다 옆에 앉으면 상대와의 눈맞춤이 훨씬 편해지고, 그만큼 식사 자리의 온도가 더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필름으로 완성한 맞춤 싱크대

<로망 키친>
오래 길들인 부엌

세입자로 살면서 가장 아쉬는 것은 집을 마음대로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꾸고 싶은 공간들은 꼭 있게 마련. 이영지에게는 싱크대가 그랬다. 어중간한 초록색을 띠고 있는 싱크대 컬러는 집 안 전체의 분위기를 암울하게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인테리어 필름’이었다. 이는 고유의 패턴과 색상을 자연스럽게 표현해주는 일종의 고급 시트지인데, 화이트 컬러만도 수십 개의 영역을 갖추고 있는 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 그녀의 선택은 따뜻한 화이트 톤의 무광 시트지. 이것만으로 부엌의 느낌은 완전히 달라졌다. 

가까이에 둔 그릇장

그릇장 제작은 스탠다드 에이(@standard.a_furniture)
그릇장 제작은 스탠다드 에이(@standard.a_furniture)

‘내가 좋아하는 부엌 물건들이 나와 가까운 곳에 있는 것.’ 이영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엌은 필요할 때 쉽게 꺼내 쓸 수 있도록 곁에 두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의 부엌에 대한 철학은 그릇장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거실과 부엌 사이에 놓인 그릇장에는 와인 잔과 다양한 그릇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거실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즐길 때 손만 뻗으면 언제고 꺼내 쓸 수 있고, 부엌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해 두었다.

 

질박한 그릇들

아라비아 핀란드 루스카(@arabiaofficial), 빙앤그뢴달 릴리프
아라비아 핀란드 루스카(@arabiaofficial), 빙앤그뢴달 릴리프

“고혹적이면서 빈티지 느낌이 나는 아라비아 핀란드를 사랑해요.” 아라비아 핀란드의 그릇은 그녀가 오랫동안 즐겨 쓰는 살림살이다. 그녀는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정겨운 느낌이 있고, 대접하는 기분을 들게 하는 그릇들이 좋다고 말한다. 

궁극의 와인 잔

리델 와인잔과 디캔터(@riedel_kr)
리델 와인잔과 디캔터(@riedel_kr)

와인 클래스의 운영자는 과연 어떤 와인 잔을 즐겨 쓸까. “화이트 & 레드 와인 잔은 물론, 샴페인 잔과 디캔터, 잔을 닦는 천까지 모두 리델의 제품을 사용해요. 오스트리아 브랜드 리델 단순히 미학적인 외관뿐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도 훌륭해요. 세상에 존재하는 수 백 개 지역의 포도 품종을 고려해 만들거든요. 이를테면 미국 나파밸리의 샤르도네 잔, 브루고뉴의 피노누아 잔 같은 것이지요. 이것은 와인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 주죠.”

요즘은 커피보다 차

말차가루는 맛차차(@matchacha_seoul)
숙우는 에리어플러스(@areaplus)
주전자와 사발은 정소영의 식기장(@sikijang_wannmul)
말차가루는 맛차차(@matchacha_seoul)
숙우는 에리어플러스(@areaplus)
주전자와 사발은 정소영의 식기장(@sikijang_wannmul)

“커피가 역동적이고 쾌활한 음료라면, 말차는 좀 더 정적이고 고요한 음료라고 생각해요.” 최근 말차를 즐겨 마시기 시작한 이영지가 자주 쓰는 부엌 물건은 차를 위한 도구들이다. 뜨겁게 끓인 찻물을 담아두는 찻주전자, 찻물을 식히는 숙우, 말차가루, 말차가루를 떠내는 차시, 말차가루를 물에 개는 차선 같은 것들이 있다.

주물과 코팅의 장점을 고루 갖춘 팬

스칸팬(@scanpan_korea)
스칸팬(@scanpan_korea)

“남편이 두바이 출장에 가서 사다 준 팬인데, 제 인생 팬이되었어요.” 주물 소재에 다이아몬드 강도의 티타늄 코팅이 된 덴마크 브랜드 스칸팬 주물의 장점과 코팅팬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 열전도율도 뛰어나고 겉면이 벗겨지지 않아 손쉽게 요리하고 관리하기에도 좋다. 최근 국내에서도 판매를 시작해 주목 받고 있는 제품이다. 

에디터조한별

사진이재찬

영상VDOQ

디자인박라영

2017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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