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 CAR
Sep 13, 2017

이빨을 드러낸
자동차

강렬한 첫인상은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완성한다.

ROLLS-ROYCE

이빨을 드러낸
자동차

ROLLS-ROYCE

롤스로이스의 육중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형상화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웅장한 그릴은 1929년형 팬텀에서도 볼 수 있고, 1930년대에도, 1960년대 팬텀 V 모델에서도 그리고 최근에 출시된 ‘뉴 팬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마도 롤스로이스 팬텀은 역사상 단 한 번도 그릴 디자인을 바꾼 적이 없는 유일한 모델일 것이다. 하지만 이 파르테논을 닮은 그릴은 무엇보다 롤스로이스의 무게감과 우아함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혹자는 과장되게 위용을 과시하는 거대 스테인리스 덩어리에 거북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나마 롤스로이스 ‘고스트’와 같은 모델의 경우 프런트 디자인과 그릴이 유연하게 어우러지지만 ‘던’이나 ‘팬텀’의 경우엔 여전히 그 압도감이 대단하다. 하지만 이처럼 부담스러운 롤스로이스를 우아하게 감싸주는 건 아마도 그릴 꼭대기에 사뿐히 내려앉은 ‘환희의 여신’ 덕이지 않을까? 사람들은 하늘로 날아가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 여인상을 가리켜 ‘플라잉 레이디’라는 애칭을 붙여 부르며 그릴과 함께 롤스로이스의 상징으로 여기게 되었다. 최근 출시된 팬텀의 새로운 버전, ‘뉴 팬텀’의 프런트 그릴에서도 환희의 여신은 마치 어둠이 짙게 깔린 파르테논 신전 위에 오른 여신처럼 한없이 우아하다.

LINCOLN

이빨을 드러낸
자동차

링컨의 그릴 디자인은 대표 모델인 컨티넨탈의 외형 변화와 그 맥을 같이한다. 링컨은 과거부터 미국의 정치인들, 기업가들이 즐겨 타는 브랜드로 유명했는데, 때문에 링컨의 프런트 그릴은 그 차를 타는 사람의 위엄과 사회적 지위를 대변하는 ‘첫인상’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 그중 컨티넨탈이 가장 호황을 누린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모델에서 흥미로운 그릴 디자인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1964년형 컨티넨탈의 그릴은 폭이 넓고, 세로 길이는 좁게 디자인되어 날렵한 직사각형 라디에이터 그릴 형태를 띤다. 마치 긴 대형 아코디언을 연상시킨다. 반면, 1967년형 컨티넨탈의 그릴을 프런트 안으로 삽입시켜 프런트 안쪽으로 삽입시켜 기존보다 점잖은 분위기를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컨티넨탈의 그릴이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은 1970년대다. 프런트 부분의 각진 면을 따라 디자인된 그릴은 라디에이터 디자인에서 벗어나, 마치 대성당에 있는 오르간의 페달을 옆으로 곱게 놓은 것 같은 건축적인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그릴에선 거대한 규모의 건축물에서나 볼 수 있는 위용을 느낄 수 있다. 이후 컨티넨탈은 1990년대에 들어서 그릴의 크기를 대폭 축소해 현대적 변신을 감행했다. 그리고 2002년 컨티넨탈이 단종되는 해의 그릴은 컨티넨탈 모델 중 가장 작고 둥근 형태의 디자인이었다. 최근 14년 만에 재 출시된 돌아온 컨티넨탈의 그릴은 마치 과거의 영화를 재확인시키기라도 하듯 단종되던 해의 그릴 사이즈보다 두 배가량 몸집을 키워 모습을 드러냈다. 세련됨을 잃지 않는 동시에 컨티넨탈의 강렬한 첫인상을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MERCEDES-BE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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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의 그릴은 196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 없이 비슷한 맥락에서 고유의 그릴 디자인을 지켜오고 있다. 1960년대에 출시되었던 메르세데스 벤츠의 차종들의 그릴을 말할 땐 현재 메르세데스-벤츠의 그릴 디자인을 유심히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지금의 모델들은 1970년대 또는 1980년대, 1990년대의 각진 3단 선반과 같았던 그릴 디자인과 다르게 모서리 라인이 둥근 것이 특징이다. 특징을 파악했다면, 1960년대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에서 두 디자인의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40년 넘게 각진 그릴을 고집하던 메르세데스-벤츠의 그릴 디자인이 현재에 와서 다시 1960년대 디자인 DNA를 계보를 잇고 있다는 점이다. 3단 선반을 고집하던 그릴이 2단 선반 모양으로 바뀐 점, 특히 그릴의 모서리 라인은 당시와 상당히 흡사하게 디자인되어 육감적이고 와일드했던 그릴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물론 브랜드의 로고인 ‘대왕’ 세 꼭지별을 그릴 가운데 도입한 것도 같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출시한 모델 중 가장 인기 있는 클래식카 300SL 쿠페의 그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도 괜찮다. 최근에 출시된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 쿠페’의 그릴을 보면 되니까.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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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BMW의 그릴은 다른 차종에 비해 가로 폭이 좁은 디자인을 취한다. BMW가 보유하고 있는 모델은 조금씩 다른 디테일과 크기의 그릴을 장착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크기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BMW 그릴의 디자인 변천사는 1980년대 BMW가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자동차 디자인에 따라 길어지거나 낮아지는 외관상의 변화를 거듭했으나 기본 형태는 지금과 비슷하다). 당시 BMW의 그릴은 큰 그릴 안에 작고 네모난 그릴을 세로로 길게 설계해 마치 ‘돼지 코’와 같은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었다. 보기에 우스꽝스럽지만 당시 BMW의 날렵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디자인이다.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돼지의 코는 세로 길이가 한층 길었다. 이는 1980년대 BMW보다 익살스럽고 클래식한 인상을 준다. 이처럼 BMW의 그릴은 과거부터 2개의 그릴이 마치 사람의 ‘신장’ 모양을 닮아 ‘키드니 그릴 Kidney Grill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실 키드니 그릴 디자인은 1931년 일 Ihle 형제가 2인승 로드스터에 시험 삼아 도입한 것이 시초였다. 이후 BMW는 키드니 그릴을 1933년 베를린 모터쇼에서 소개된 BMW의 신형 ‘303시리즈’에 장착하면서 지금까지 BMW의 디자인을 특징 짓는 대명사 중 하나가 되었다.

EDITORKANG HYE YOUNG

DESIGN임보현

2017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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