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 CONVERSATION
Jul 19, 2018

THE YOGINI

요가엔 나이가 없어요.

THE YOGINI

파리7대학, 도쿄대, 하버드대, 서울대.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학에서 언어학을 공부하고 한국에 정착해 연세대 체육학과 과목으로 요가를 가르치고 있는 마틴 프로스트 MARTINE PROST 교수.

마틴 프로스트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건 그녀의 딸 올리비아를 인터뷰하면서였다. 올리비아는 국립 외교원에서 외교관 후보생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뛰어난 미모에 요즘은 인플루언서로 더 각광받는 여인이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어머니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언어학과 동양학을 오래 연구한 어머니가 요가를 50년 넘게 해왔고, 그 덕분에 자신도 요가를 습관처럼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를 느낀다고 했다. 그 이후 요가 인터뷰 기회가 생긴다면 꼭 마틴 프로스트 교수를 찾아가리라 마음먹었다. 마틴 프로스트 교수는 1951년생으로 올해 67세다. 그녀는 외국어에 대한 열정과 동양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1970년부터 1982년에 걸쳐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부했다.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영어와 일어를 전공했고,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도쿄 대학에서 2년 반 동안 유학했다. 한국의 서울대학교를 거쳐 미국의 하버드대 동양학부에서 동양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파리7대학 언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에 파리 디드로 대학 동양학부에서 20년 이상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쳤다. 1992년부터 96년까지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 문정관으로 일했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빼앗긴 외규장각 의궤가 145년 만에 국내에 돌아오는 데도 큰 역할을 해 그 공로로 한국 국적을 받아 한국인 남편과 서울에 정착했다. 배우는 일과 가르치는 일로 가득했던 그녀의 삶. 교수는 이 모두를 이끌어온 원동력이 요가였다고 말한다. 그녀는 늘 요가 정신으로 충만해 있다. 파라마한사 요가난다 선생님의 조카에게서 요가를 배웠고, 현재는 연세대학교 체육학과 정규 과목으로 요가를 가르치고 있다.

차 한잔 드릴까요?
괜찮아요. 보온병에 대추차 가져왔어요. 커피 말고 이거 마셔봐요. 맛있어요.

달고 맛있네요? 한잔 더 주세요.
잘 먹으니까 좋네. 원래 생강을 넣으면 더 맛있는데 없어서 오늘은 대추만 넣은 거예요. 요가하는 사람은 차 많이 마셔요. 찬물은 잘 안 마셔요. 되도록 미지근하게. 성인의 평균 체온이 36~37℃인데 찬물은 몸에 주는 충격 같은 거죠. 몸은 항상 잘 달래줘야 해요.

요가를 언제부터 한 거죠? 촬영 내내 어려운 동작도 거뜬히 보여주시고 정말 유연합니다. 타고난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을 회고해보면 타고난 것 같지는 않아요. 우리 집은 딸 부잣집이에요. 딸만 넷인데 우리는 다 발레를 조금씩 했는데 둘째인 내가 가장 못했어요. 다들 유연했는데 나만 딱딱한 통나무 같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죠. 고등학생 때니까 1968년경 요가를 처음 접한 이후로 지금까지 매일 해왔어요. 하지만 멈추면 금세 굳어질 거예요. 하지만 저처럼 매일 안 해도 돼요. 요가를 하는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요. 요가는 마음이니까.

그 시절에 요가하는 고등학생은 꽤나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았나 봐요.
어머니 덕분이에요. 미술평론가였고 시인이었어요. 시야가 넓으셨죠. 어머니 따라 전시를 많이 가봤고 어머니가 보는 책도 많이 읽었어요. 동양 문화에 대한 것이 많았죠. 합기도, 단전호흡도 좋아했는데, 요가는 할수록 신비로웠어요. 마치 우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요. 그래서 인도에 가서 요가 사범 자격도 따고 프랑스 요가 협회에서 4년 동안 수련해 디플로마도 취득했죠. 그래서 연세대에서 요가를 가르칠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안식년으로 쉬었을 때 스님께 요가를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너무 좋았어요. 사당역 근처에 있는 한 사찰인데 함께 기도하고 정진했어요.

올리비아(마틴 프로스트 교수의 딸)도 어머니의 취향에 감사해하더군요. 작년에 인터뷰로 만났을 때 어머니와 인도 여행 간 얘기를 해주는데 내심 부러웠어요.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요가가 생활이 될 수 없었을 것 같다고 했죠.
하하, 우리 연이(올리비아의 한국 이름)가 나와 공통점이 많죠?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것도 똑같고. 그런데 요가는요, 제가 해야 한다고 가르쳐본 적은 없어요. 제가 요가하는 모습은 많이 보았죠.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물구나무를 섰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갓난아이를 안고서도 요가를 했고, 아장아장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한 아이 옆에서도 전 늘 요가를 했으니까요. 본인이 좋은 것이라고 스스로 느껴서 한 것 같아요.

한국엔 언제 처음 오신 거예요?
파리7대학에서 영어와 일어를 복수 전공했어요. 석사 마치고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일본 도쿄대에서 2년 반 동안 유학했고요. 그 시절 한국에 관심이 커져서 여행을 왔어요. 1976년도였을 거예요. 한국에서 출발해 인도네시아, 인도, 아프카니스탄, 프랑스로 이어지는 6개월간 자유 여행을 즐겼어요. 그 이후 79년에 서울대에 와 한국어 공부를 했고, 남편(전 테니스 국가대표 이승근)을 만나 결혼했죠. 캠퍼스 커플! 여섯 살이나 연하예요. 하하. 남편은 친절하고 밝았어요. 우리 시아버지도 진짜 멋지셨고요. 남편은 스포츠맨이라 지금도 여전히 젊어 보여요. 요즘엔 같이 있으면 내가 너무 나이 들어 보이는 것 같아요. 아 어떡하지.

전혀요. 촬영 스태프들 모두 교수님 처음 뵙고 감탄한 걸요. 요가할 땐 더 아름다우세요.
진짜? 감사합니다. 요가는 일반 스포츠와 다른 게 있다면 마음 자세라고 생각해요. 요가를 할 때는 남과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과도 경쟁해서는 안 돼요. 그렇지 않다면 다른 운동처럼 요가 시합이 생겼겠죠? 요가에는 시합이 없고, 또 있을 수도 없어요. 자기 자신과 경쟁하지 말라는 말은 자기 몸의 한계를 존중하라는 뜻이에요. 잘한다 못한다가 없으니까 자기에게 맞게 움직이면 돼요. 과하면 다쳐요.

요즘은 주로 어디서 하세요?
아침에 눈 뜨면 물에 레몬 타서 마시고 좀 쉬었다가 집에서 주로 해요. 아침은 안 먹어요. 집 근처 한남동 매봉산 공원에 가서도 자주 하는데, 제 사진집 <요가, 하늘가에서> 촬영도 거기서 많이 했어요. 요즘은 미세 먼지 때문에 잘 못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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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 <요가, 하늘가에서>에서 본 시구들은 입체적이었어요. 글자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했거든요. 한국의 다양한 풍경과 어우러진 프랑스인의 요가, 참 이색적이었습니다.
내가 받은 한국의 인상을 종이에 기록해두고 싶었어요. 책 자체를 좋아해요. 종이잖아요. 디지털은 만질 수 없어요. 인터넷으로 책 안 읽어요. 옛날 스타일로 살아요. 종이는 자연과 연결되어 있어요. 나무로 만든 거니까. 영원해요. 나는 연대도서관과 남산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고 블루 스퀘어 안에 있는 북파크에도 자주 가요. 거기 서점 너무 예뻐. <요가, 하늘가에서>는 두 번째 낸 책인데 2년 반 동안 열심히 준비했어요. 이스라엘 출신 프랑스 작가 다나 레이몽 카펠리앙 Dana Ramon Kapelian과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매봉산부터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 북촌 한옥마을,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코엑스, 바다가 아름다운 삼척항과 동해 망상해수욕장, 미식의 고장 전라도를 함께 돌았죠. 나는 한국식 마켓을 상당히 좋아해서 제기동 경동시장과 삼척 건어물 상점에서도 찍었어요. 약간 엉뚱하죠? 요가란 마음만 갖췄다면 하늘 아래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책에선 요가의 기술이나 방법론을 볼 수는 없어요. 사진과 시를 통한 요가의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초보자도 따라 해볼 수 있는 쉬운 동작이 많아요.
제가 하는 하타 요가는 동작을 잡은 다음 움직이지 않아야 해요. 오래 멈춰 있는 상태에서 마음을 비워내고 하나로 모을 수 있어야 하죠. 고요한 마음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면 동작은 중요하지 않아요.

명상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맞아요. 명상은 언어 습득에 비유할 수 있어요. 말을 익히기까지는 노력이 필요하죠. 그러다 어느 날 두려움과 불편함 없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날이 와요. 명상도 마찬가지예요.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무의 경지에 다다르게 되죠. 요가에서는 이 상태를 바파나샴디라고 합니다.

저는 학원에서 빈야사요가를 배우고 있어요. 8개월째인데 아직 명상은 오래 못하겠어요. 잡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와요.
시간이 더 필요해요. 현재에 집중하세요. 더 잘해보려는 욕구가 마음속에서 계속 일어날 거예요. 현재에 만족하기보다는 앞으로의 발전을 생각하는 거죠. 그러나 미래를 생각하면 보람 있는 명상에 이르는 것이 어려워요. 한순간 한순간을 풍요롭고 밝게 지켜내야 해요.

요가한 뒤엔 주로 반신욕으로 몸을 푸나요?
집에 샤워실밖에 없어서 집에서는 못하고 가끔 찜질방 가요. 79년부터 다녔어요. 그 당시 신촌에서 살았는데 신촌 봉원사 근처에 유명한 한증탕이 있거든요? 지금도 있으려나 모르겠어. 거기 많이 다녔고 요즘엔 신사역 부근에 스파레이를 가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서 세신도 받고 마사지도 받고.

남편과 2세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에요. 내년에 가지려는데 교수님의 첫 번째 요가 책 <우리 아이들은 동양인의 눈을 가졌어요>를 보고 시기를 앞당기고 싶어졌어요.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영화 한 편을 보듯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1990년대에 낸 임신부 요가집이라니 센세이션인 거죠. 프랑스 서북부 해수욕장에서 배가 불룩 나온 채 요가하는데 첫아들이 옆에서 흙 놀이하는 모습과 아이를 향한 사랑이 담긴 글귀를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가장 만들고 싶었던 책이었어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엄마로서, 인간으로서, 내 개인적인 경험을 쓰고 싶었어요. 둘째 올리비아를 임신했을 때 모습이에요. 독일 출신 사진작가 데틀레프 한센 Detlef Hansen이 요가에 관심이 많아 한번 찍어보자고 제안했죠. 디에프 Dieppe라는 프랑스 서북부에 있는 해수욕장에서 촬영하는데 첫돌을 넘긴 아들 이준도 옆에서 재미있어 했어요. 올리비아가 태어나고 나서는 한센이 우리 집을 찾아와서 또 찍었어요. 이 책은 임신부를 위한 안내 책자는 아니에요. 임신 기간을 어떻게 잘 보내느냐 하는 것은 아무도 가르쳐줄 수 없어요. 임신이 주는 기쁨, 고통, 오랜 기다림, 그 어느 것이 되느냐는 당신에게 달려 있죠. 아이의 탄생은 당신 개인의 체험이므로 이 책 속의 사진들보다 훨씬 아름다울 거예요.

요즘은 임신부 요가 수업의 인기가 높아져서 요가를 하지 않은 사람도 임신하면 요가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예요. 그 당시는 어땠나요?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임신부면 옆에서 걱정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임신부가 수영하고 요가한다고 하면 다들 놀랐죠. 임신하면 옆에서 조심해라, 쉬어라, 무리하지 말라고 자꾸 말하니까요. 조심해야 하긴 하지만 운동을 해온 사람이라면 갑자기 그만둘 필요는 없어요. 1983년 한국에서 첫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했는데 내 생활 방식에 한국 여자들이 관심을 보이더군요. 대부분 걱정하는 모습이었죠. 점점 배가 불러오면서 주변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더군요. 연세대 수영장에서 아무도 없는 아침 7시에 혼자 수영했어요. 미쳤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요즘은 안 그러지만 과거 한국 산부인과에서는 출산할 때 남편 출입을 금했어요. 그런데 전 남편 없이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죠. 그래서 당시에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낳았어요. 서양 사람이 한국에 와서 서양식으로 아이를 낳지 않고 집에서 분만한 얘기를 듣고는 다들 이상하다고 했죠. 제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확고해요.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을 부모가 함께하면서 부모로서의 생활을 시작하는 거라고요. 남편도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를 자기 눈으로 보아야 크게 느낄 수 있고 아, 내 자식이다라는 감정도 훨씬 강하게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평생 동안 자기 자식에 대한 개념이 흔들리지 않아요.

임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말씀을 들으니 용기가 나요. 이제 봄학기는 종강했죠? 방학은 어떻게 보낼 계획이세요?
이번 여름에는 남편과 부모님께 갔다 올 거예요. 우리 엄마 아버지가 파리 교외에서 사시는데 아버지가 최근에 입원했다가 다시 좋아져서 만나러 갈 거예요. 올해 아흔다섯인데 여전히 정정하고 멋진 분들이에요. 빨리 보고 싶어요.

EDITOR박은아

PHOTO김형식

2018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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