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TRAVEL / TRAVEL
Apr 14, 2018

여행의 신 동반자, 어플의 위력

여행지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해줄 도구를 소개합니다

다른 시간 속의 도시

여행의 신 동반자, 어플의 위력

다른 시간 속의 도시

그녀의 말에 의하면 다시 찾은 홍콩은 여러모로 변해있었다. 스물두 살, 오랜 친구와 단둘이 떠나는 첫 여행지였던 홍콩. 그곳에 대한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게 당연했다. 공항으로 가기 전날 밤까지 몇 번이고 영화 <중경삼림 重慶森林>을 돌려봤고, ‘California Dreaming’ 대신 ‘Hong Kong Dreaming’에 빠져 며칠 동안 내내 들떠 있었다. 막상 도착한 홍콩의 날씨는 ‘푹푹 찐다’는 표현으로는 개운치 않을 만큼 더웠다. 아직 봄날이 한창인 한국과 달리 높은 습도, 뜨거운 열기 탓에 처음의 설렘은 그와 비례하는 최고치 불쾌지수가 되어 돌아왔다. 사진 속 아늑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다소 허름한 숙소, 낯선 광둥어를 사용해 유난히도 어렵던 의사소통. 이 밖에도 온갖 우여곡절을 경험했지만, 홍콩은 어쩐지 각별한 애증이 느껴지는 도시였다. 수 년이 흐른 지금, 의류 브랜드에 종사하고 있는 친구는 공교롭게도 매달 업무차 이곳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꼭 다시 함께 들러보자는 약속만 여러 번. 옛 기억 속 홍콩은 그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통해 점차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갔다.

여행의 신 동반자, 어플의 위력
홍콩 내 다수 호텔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디바이스 형태의 컨시어지 서비스 핸디.

“우리 그때는 정말 열악했잖아. 비용 아낀답시고 숙소도 저렴한 곳으로 잡고, 요금 때문에 데이터 로밍도 안해서 따로 현지 유심 칩을 샀지. 지금은 비즈니스 출장이라 그런지 갈 때마다 숙소는 참 괜찮아. 대개 침사추이 Tshim Sha Tsui에서 머물러야 해서 ‘더 로열 가든 The Royal Garden’이나 ‘하얏트 리젠시 Hyatt Regency’, ‘쉐라톤 홍콩 호텔 & 타워 Sheraton Hong Kong Hotel & Towers’에 묵는데, 여기 가니까 아예 휴대폰이 따로 준비돼 있더라. 그걸로 틈틈이 식당도 찾아가고 쇼핑도 했어. 전화까지 되어서 신기하더라고.” 당시 대학생이던 친구와 나는 가진 돈을 모두 털어 무작정 해외여행을 떠난 것이었다. 덕분에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고자 로밍이 아닌 현지 유심 칩을 구매했고, 데이터 한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알림 문자에 서로 번갈아 가며 인터넷 검색창을 켜기도 했다. 그런데 이젠 호텔에서 스마트폰까지 마련해준다니. 게다가 거리를 걸어 다니며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지도를 확인할 수도 있단다. 이쯤 되니 사용료가 걱정이었다. “돈은 안 내도 돼. 전부 무료야. 그게 ‘핸디 Handy’라는 건데, 우리나라에도 이미 들어와 있대. 맨 처음엔 ‘이게 뭐지’ 싶어서 방에 그냥 놔두고 내 휴대폰을 썼거든? 그런데 같이 출장을 갔던 다른 팀 동료들이 죄다 SNS나 메신저를 하고 있는 거야. 데이터 로밍을 해온 거냐고 물어봤더니 핸디 이야기를 해주더라고. 한참 전부터 유행하던 건데 아직 몰랐냐면서 말이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보이는 건 몰라도, 이제는 틀림없이 아는 만큼 누릴 수 있는 듯하다. 홍콩 기업인 ‘팅크 랩스 Tink Labs’에서 개발한 이 모바일 컨시어지 서비스는 현재 홍콩은 물론 임피리얼 팰리스, 웨스틴 조선 등 국내 다수의 호텔과 런던, 밀라노 같은 유럽 지역에도 전파돼 있다. 최근 숙박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다름 아닌 ‘IT’로, 이렇듯 일상에서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우리가 예전에 홍콩 여행을 갔을 때만 해도 그래. 진작 핸디가 있었으면 광둥어 때문에 쩔쩔 맬 필요 없이 구글 번역기만 활용했음 됐을 테지. 표지판 위 한자를 못 읽어서 영어로 길을 묻는 일도 없었을 거고 말이야.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드는게, 여행 기간 내내 우리는 지하철을 탔잖아. 역을 거칠 때마다 혹시 모른다면서 노선도 책자를 챙기고, 사람들 틈에서 간신히 그걸 펼친 다음에 어디서 환승을 해야 하는지, 무슨 호선을 타야 하는지 일일이 확인했지. 근데 이게 있으면 어차피 인터넷이 되니까 그냥 휴대폰으로 보면 돼. 역시 첨단 기술이면 무엇이든 해결되는 세상이야.”
얼마 후 친구는 또다시 출장길에 올랐다. 어김없이 목적지는 홍콩이었다. 잠깐 짬이 나 하버시티 Harbour City 쇼핑몰에 들렀다는 그녀가 사진 몇 장을 보내주었다. 말로만 듣던 ‘요즘 홍콩’의 풍경이었다. 의외로 기억 속 장면과 비슷한 그 모습에 반가움이 앞섰다. 그런 내 마음을 읽은 듯 친구가 말했다. “올해 안에는 꼭 다시 같이 오자. 너 <중경삼림>도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든다고 그랬잖아. 홍콩도 그럴걸?”

완전한 휴식

여행의 신 동반자, 어플의 위력

겉모습만 봐서는 모를 일이다. 헐렁한 실루엣의 스웨트셔츠나 한 치수 크게 고른 넉넉한 사이즈의 후드 티셔츠를 즐겨 입는 그는 편안함을 중시한다. 신발은 늘 정해져 있다. 애초에 걷는 데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발이 아픈 건 사지를 않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신발은 스니커즈 혹은 샌들이다.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라면 딱 질색이라는 그.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은 하루종일 꼼짝 않고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때다. 오직 제 입에만 맛있는 음식, 제 눈에만 예쁜 물건을 좋아하는 외골수에게 이국에서 건너온 독특한 향신료나 낯선 모양의 기념품은 결코 흥미롭지 않다. 언뜻 들어서는 고집 센 취향으로만 느껴질 테지만, 그는 섬세한 감각을 인증 받은 어느 유명 편집매장의 MD다. 누구보다 뚜렷하고 확실한 기준을 가진 그의 이번 여행지가 발리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자연에 둘러싸여 가만히 누운 채 휴식을 취하기엔 그만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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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두루 사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고젝. ©SUDAMALA RESORTS

“쉬러 간 건데 굳이 돌아다닐 필요가 있나. 한창 우기일 때라 워낙 비가 자주 내리기도 했어. ‘고젝 Go-Jek’ 이라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있다고 하길래 떠나기 전에 미리 다운을 받아놨었거든. 그걸로 이것저것 주문해 먹고 숙소 안에서 내내 푹 쉬었지. 의외로 발리가 피자 맛집이 많더라.” 예상한 대로였다. 꿈속 지낭낙원처럼 청명한 빛깔의 바다, 형형색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풍경으로 이미 많은 이들이 손꼽는 대표적 휴양지 발리. 낭만으로 가득한 해변가의 남녀가 아름다운 경치를 향해 뛰어들 때, 유유히 테라스 창문을 열고 그는 자신만의 ‘완벽한 휴가’를 만끽하고 있었을 테다. 천국의 섬까지 떠나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그림을 눈앞에 두고 배달 음식을 먹는 사람이라니. 역시 보통 독특한 게 아니었다. “너티스 누리스 와룽 Naughty Nuri’s Warung이라는 돼지고기 바비큐 전문점이 있는데 여기가 발리에서 엄청 유명한 음식점이래. 직접 가기는 귀찮아서 거기서도 배달을 시켜 먹었어. 보보타이 BhoBho Thai에서 태국 요리도 주문해 먹고, 내로라하는 발리 내 맛집 음식은 다 맛봤지 뭐. 아주 가끔 날이 좋으면 택시를 불러서 우붓 Ubud에 있는 시장이나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1시간 정도 가면 그 부근에 구경할 만한 가게가 많거든. 거기 가는 택시도 전부 고젝으로 부른 거야. 확실히 인도네시아 지역을 갈 땐 이 애플리케이션이 한몫하더라. 안 되는 게 없어.” 듣고 보니 그랬다. 진작부터 그가 예찬해 마지않는 여행 메이트는 단 하나, ‘고젝’이라는 낯선 이름의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오로지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은둔형 여행자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 민족성을 일깨우거나 음식을 날아다니게 한다는 국내 대표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달리 고젝은 무슨 일이든 대신 해준다. 서비스 중 하나인 ‘고빌스 Go-Bills’로 결제 대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고마사지 Go-Massage’를 활용해 전문 마사지사를 투숙 중인 호텔까지 불러올 수도 있다. 고작 1000원가량의 금액만 추가하면 되는 일이다. “그게 현지인들도 자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래. 마트에 가서 장을 봐주기도 하고, 영화도 예매할 수 있어서 오랜 기간 여행하는 사람들한테는 정말 유용할 것 같아. 배달을 해주는 드라이버들도 대부분 친절해. 다만 택시를 잡을 때 종종 길거리에서 흥정을 하면서 훼방을 놓으려는 기사들이 있더라. 그런 경우만 조심하면 돼.”
본래 그의 계획은 발리에만 머무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방문객이 많아 며칠간은 롬복 Lombok으로 옮겨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발리의 바로 옆, 동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방금 떠나온 섬을 꼭 닮은 또 다른 섬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비행기로 30분, 배로는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작은 규모의 롬복은 작년 초 한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식당을 연 곳으로 알려져 갑작스레 인기를 끌기도 했다. “여전히 발리보다는 한적한 편이야. 그래서 롬복에서는 고젝 배달이나 택시 호출은 쉽지가 않더라. 거기서 확실히 느꼈지. 나처럼 그저 잘 쉬고, 잘 먹다 오는 게 진짜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발리 갈 때 ‘고젝 서비스 가능 지역’ 인지가 제일 중요해. 다 내려놓고 오로지 휴식을 취하고 싶은데, 배가 고프면 흐름이 깨지게 되잖아. 그때 이것만큼 큰 도움이 되는 게 없지.”

보이지 않는 손

여행의 신 동반자, 어플의 위력

언니, 우리 이따 1시간만 늦게 만나면 안 될까? 부모님이 와 계신데 어딜 좀 들렀다 가야 하거든.” 친한 동생이자 후배인 그녀의 본가는 다름 아닌 홍콩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아주 어릴 적부터 일본에서 자랐고, 중고등학생 시절은 미국, 중국 등 모두 해외에서 보낸 이른바 ‘코스모폴리탄’ 여성. 스무 살이 되던 해, 불현듯 불어온 노스탤지어 바람에 혈혈단신 한국으로 떠나온 그녀는 국내 대학교에 진학 후 여태껏 직장생활까지 하며 일찌감치 독립에 성공한 젊은이였다. 얼마 전, 이번에는 상하이가 견딜 수 없게 그립다면서 홀연히 떠났다 돌아온 그녀와 만나 서로의 근황을 전하기로 했다. 오늘은 상하이에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부모님을 공항까지 모셔다 드리려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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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챗페이가 사용되는 상하이의 어슴푸레하게 안개 낀 풍경. ©상하이관광청

“어렸을 때 잠깐 상하이에서 살았지. 홍콩으로 넘어가기 전에 입학 수속 때문에 3개월 정도 그곳 학교를 다녀야 했거든.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곳들 중 하나라 그런지 자꾸 생각이 나더라. 한국 오고 나서도 꽤 여러 번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좀 오랜만에 간 거야. 어떤 면에서는 상하이가 가장 편하게 느껴지기도 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 세계를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녀가 어째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곳으로 하필 중국을 꼽는 걸까. 이유를 물었다. “오히려 외국을 많이 다녀보고 나니까 여행 가기 전에 떠날 준비를 하는 게 귀찮기만 해. 간소한 짐만 가지고 ‘얼른 도착이나 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지. 중국은 거리도 가깝고 환전할 필요도 없잖아. 딱 하나, 위챗페이만 다운받고 가면 되니까.” ‘위챗페이 WeChat Pay’. 언뜻 들어본 적은 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노란 메신저’ 같은 역할을 하는 이 애플리케이션은 본래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던 ‘텐페이 Tenpay’라는 시스템과 메신저 ‘위챗’이 결합해 탄생한 것이다. 자신이 가진 계좌와 연동해 결제 시마다 사용할 수 있고, 덕분에 이미 진작부터 ‘무(無)현금시대’가 시작된 상하이에서는 지갑을 챙기지 않아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유럽에까지 진출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위챗페이의 현재 사용자 수는 무려 10억 명 가까이에 이른다. “상하이에서는 아침 식사로 더우장 豆漿이라는 콩국물이랑 유탸오 油条라는 밀가루 반죽을 발효해 튀긴 빵을 자주 먹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출근길에 각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다니는 것처럼 종이컵에 두유를 담아 마시는 거야. 어느 날엔 길거리 노점상에서 더우장 한잔을 사려니까 현금을 냈다고 아주머니가 불같이 화를 내더라. 누가 요즘 시대에 지폐를 쓰냐면서 말이지. 대신 계산을 해준 어떤 남자랑 나중에 따로 저녁도 같이 먹고 클럽까지 갔는데, 생각해보니 거기서 마신 술값도 전부 위챗페이로 계산했어. 혹시 몰라서 언니에게도 팁을 주자면 밤늦게까지 놀고 귀가할 땐 꼭 밝은 색 택시를 타. 그래야 안전하거든.” 전문가의 말에 두 귀가 솔깃해진 표정을 짓자 그녀가 몇 가지 조언을 덧붙였다. “난징동루 南京东路 같은 번화가도 좋지만 요즘 뜨는 신천지 新天地에서는 간단히 맥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펍이나 바가 많아. 젊은 예술가들이 문을 연 가게나 갤러리도 꽤 있어서 낮에 들러도 괜찮지. 상하이의 밤을 즐기려면 홍첸루 红泉路에 있는 한인타운으로 가야 해. 여기에 늦게까지 여는 식당들이 많거든. 휴대폰 하나만 들고 가면 돼.”
홀린 듯 가본 적도 없는 도시의 이야기를 들은 지 몇 시간. 얼떨결에 애플리케이션까지 다운받고 나서야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현지 계좌가 없어도 충전 대행 업체를 거치거나 상하이 내 중국공상은행 ICBC에 들러 여행 비자로 개설할 수 있는 계좌가 있고, 이를 활용해 위챗페이와 쉽게 연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제 상하이로 떠날 준비는 모두 마친 셈이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위챗페이 말고 딱 한 번 ‘알리페이 Alipay’를 사용해본 적이 있기는 해. 그래도 역시 대부분의 가게가 위챗페이를 써. 학생 때 등하교용 자전거를 탈 때도, 길에서 부모님께 드릴 꽃을 살 때도, 장을 보러 집 앞 마트에 갔을 때도 현금을 내본 적은 없어. 우리나라에서 젊은 사람들은 카드 사용이 흔하잖아. 하지만 상하이에 비하면 여전히 서울 전체의 무(無)현금화가 훨씬 더딘 것 같아. ‘중국’ 하면 치안도 불안하고 사람들이 불친절할 거라는 편견이 있지만, 위챗페이 덕분에 소매치기나 강도로부터 피해를 입을 위험이 없어졌어. 정해진 요금이 입력된 QR코드가 있으니 바가지를 쓸 걱정도 없고 말이야.”

EDITOR박소현

ILLUSTRATOR강지영

2018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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