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의 언덕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 하지만 그 끝엔 마치 케이크 나이프로 반듯하게 자른 듯한 절벽이 있다.
“런던의 서쪽에는 거대한 해안 절벽이 자리한다. 일곱 개의 절벽이 우뚝 서 있다는 이유로 세븐 시스터스라 불리는 브라이턴의 대자연이다. 이 절경을 감상하려면 두 시간 정도 트레킹을 해야 한다(요즘은 버스가 절벽 코앞까지 데려다주기도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들을 걷다 보면 갈림길도, 커다란 호수도, 이방인의 존재를 묵인하는 양 떼도, 거친 바람도 만나게 되는데 나처럼 트레킹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등골에 땀이 흐르는 경험이다.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의 축소판 같달까. 영원할 것만 같은 길을 하염없이 걷다 보면 육지가 끝나는 순간이 나타난다. 그 끝은 바다로 떨어지는 낭떠러지. 그곳에 도착하면 주저앉아 거친 숨을 거센 바람으로 달래며 멍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일이다. 홀로 또는 둘이 걷던 사람들은 자갈 해변에 눕거나 앉아 그저 바다만 바라본다. 묻지 않았으나 그 사람들이 왜 그러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음악, 공연, 클럽, 술, 패션 등이 역사라는 토양 위에서 일상적으로 자라나는 런던은 사람의 감각을 최대한 예민하게 끌어내 창작을 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진 도시다. 그리고 그 대도시의 근교인 브라이턴의 세븐 시스터스는 대자연이라는 커다란 보자기로 내가 겪은 런던의 경험들을 한데 묶어주었다. 런던과 브라이턴 여행은 궁합이 잘 맞는 생선과 감자 같다. 그러고 보니 세븐 시스터스 초입에는 꽤 유명한 피시 앤 칩스 맛집도 있다.”
에디터이현정
사진김한준
편집한지희
출처제이룩 6월호
2017년 6월호
본 기사를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등에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기사를 재편집하여 올릴경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Hot! Article
나를 위한 사치 나의 행복을 위한 작지만 큰 즐거움
수분이 필요해 푸석푸석한 마른 피부에 활력을 더해볼 것
온천 하고 맥주 빚는 세계의 이색 공항 여행하기 좋은 계절, 일탈의 재미를 ‘up’ 시켜줄 이색 공항 4.
새로운 시작 하비에르 바르뎀과 데브 파텔, 그리고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만남
블랙카의 마력 한 마리의 검은 표범을 떠오르게 하는 우아한 블랙 자동차의 몸짓
정신착란증의
데미안 허스트
쿠사마 야요이를 떠오르게 하는 데미안 허스트의 회화와 조각 전시.
나의 인생, 오니츠카 타이거 오니츠카 타이거의 시간은 계속된다
일상을 바꾸는 새로운 워치 컬렉션 하이브리드 메뉴팩처를 탑재한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새로운 도전
00
2